좋은 인연

좋은 인연

바람이 차고 머리카락 흩날리는 날
가을 나무는 꼿꼿하게 서 있는다.

그래도 가을 나무는
황홀하게 스며든다.


깜깜한 밤하늘에
영롱하게 반짝이는

별빛 하나
밤새 내 마음을 밝힌다.

그 사람은
좋은 인연입니다.



<2017-11-08, SUNHEE>

가을과 노을과 나

가을과 노을과 나

파아란 하늘과 맞닿은
돌담길처럼 차분하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공기는 차갑고
형형색색 빛을 발하면서도
그 자태가 겸허하다

입을 틀어막아도
북받치는 서러움이
노을빛으로 새어나와
잎마다 스민다

가을과 노을과 나
나란히 서고 싶다

<sunhee, 2017-10-18>

바람

바람

문득 바람이 불어와
거친 숨을 불어넣어주면
그제서야
크게 한 숨 쉬어본다
휴(休)

<Sunhee, 2017-09-12>

바람

바람

내가 가만히 있어도
나는 요동친다 쉼없이
네 덕분이다
다 네 덕분이다

<Sunhee, 2017-09-12>

바람과 나무

바람과 나무

바람을 마시고
바람에 취하면
나무는 발작한다.
나무가 미친 것 같다.
<2017-09-07, Sunhee>

헤어질 때 알게 되는 것들

헤어질 때 알게 되는 것들
헤어지기로 다짐할 때마다
눈에 고인 순수를
땅에 떨군다
땅바닥에는 얼룩들로 그려진
유치한 그림이
내버려져 있다.

이별은
싱그러운 녹색 순수함을
농익은 요염함으로 물들여 놓고,
희미하게 사라진다.
<2017-09-07, Sunhee>

8월 즈음


8월 즈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태우다가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면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조금씩 차오르다가
주룩주룩 하염없이 흐르다가
소리내어 퍼붓는 빗물

후에는

하늘이 높구나
그리고
시원한 한 숨이 불어와
내 가슴을 후비며 파고 든다

<20017-08-03, sunhee>

바람

바람

바람앓이로 나부끼는 옷 끝자락
바람에게 바라메,
바람아 불어라

아프더라도

오로지 너에게 이 몸 맡기고
정신 잃고 휘둘리고 싶다

너를 기다리며
길 한 가운데에
오롯이 서 있다

<2017-08-01, sunhee>



투명한 유리창에
빗금을 몇 개 그리다가

갑자기 차오른 슬픔이
주룩주룩 흐른다

<2017-07-31, sunhee>

야생화의 독백

야생화의 독백

나는 길가에 혼자 있었어.
그냥 눈물겨울 때도 있었어.

비에 흠뻑 젖어 축 늘어져 있는데
나에게 우산을 씌워준 한 사람이 있었어.
나에게 눈을 맞추고 내 향기를 칭찬해 주었어.

나는 너를 따라가고 싶었지만,
너는 나를 꺾지 않았어.
그 대신 나를 보러 왔어.
그래줘서 고마워.

나는 그 동안 모르고 지냈던
나의 진한 향기와 빛깔로
너를 부르고 있었어.
나는 알게 되었어.
나는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났다는 것을.

어두운 밤에 혼자 남겨져도
나는 별을 찾아 헤맬거야.
저 하늘 어디에선가
나를 보고 반짝거리는 별을 보면서 ..
나의 독백을 늘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아.

<2017-07-20, sunhee>

40살 여자의 혼잣말, 헤매다

40살 여자의 혼잣말, 헤매다

출퇴근 길에 펼쳐지는 커피숍 정경들이 눈에 밟힐 것 같아서 헤맨다.
스타벅스, 백다방, 칼디, 아마스빈, 자스, 알레그리아, 미엘, 더벤티, 듀콩, 라디오베이, 별콩엔탐, 브레드투미트유, …
판교 테크노밸리의 카페거리에서 40살 여자, 혼잣말한다.

이 여자는, 단 한번이라도 누구와 함께 맛있는 커피를 마셔 본 적이 있는가.

내 여자의 남은 생을 진한 커피 한 모금으로 적신다.
본다. 맨발의 여자, 걷는다.

<2017-06-20, Sunhee>

40이 내 삶에 절반인지 그 즈음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
남은 생은 내 삶의 공원을 맨발로 거닐고 싶다.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울고, 웃고 싶다.

그리움

그리움

손을 내밀면 멀어진다
한 모금 뿜어내는 
깊은 담배 연기처럼

너의 바람결 따라 
내 머리카락들이 흩날린다

쉼없이
왔다가 가고
갔다가 오는
내 삶의 파도

기약도 없이 비가 내리는 날에는
심장 하나가 파도에 둥둥 떠 있다

<2014-06-20, Sunhee>


술 빨래

술 빨래

여러가지 얼룩진
마음들을
술로 헹구고

물에 흠뻑 젖은 빨래처럼
축 늘어진 심신을
침대에 널어
곤잠으로 말린다.

채 마르지 않은
축축한 심장을
새벽 공기가 들어와
걷어낸다.

<2014-06-13, Sunhee>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서 축 늘어진 빨래가
나의 자화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바람아

바람아

바람아, 불러줘 나를

너가 부르면
맨발로 나가
파도 소리에 기대어
나도 너를
목놓아 불러보고 싶다.

바람아, 나를 깨워줘

녹음 짙은 머리채를 세차게 휘저으며
외발로 서 있는 나무처럼 
내 옷깃, 내 머리카락
너에게 맡기고 싶다.

<2014-06-09, Sunhee>

바람이 세차게 분다.
사방으로 헤드뱅하는 저 나뭇잎들처럼
나도 바람을 맞고 싶다.
 

젖은 머리

젖은 머리

젖은 머리를 하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바람이 분다.
어디에서 불어오는 바람일까 ...

흩날리는 머리카락들이
알람처럼 나를 깨운다.

<2017-4-28, sunhee>

스며든다, 너에게

스며든다, 너에게

적막이 흐르는 늦은 오후
쉼없이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
주룩주룩 내리는
빗물, 빗소리 ..
진한 향기 가득 머금은
커피 한 잔
그리고,
개밥바라기별과
새벽 공기 ..

너가 있는 그 자리에
스며든다, 내가 ..


<2014-04-20, Sunhee>

비가 와서, 오지 않아서, 적당해서 ..

비가 와서, 오지 않아서, 적당해서 ..

비가 와서,
비가 오지 않아서,
비가 적당해서 ..
다 좋다.

외로워서,
외롭지 않아서,
적당해서..
다 좋다.

<2017-04-03, Sunhee>

외로우면 커피 한 잔이 진해서,
외롭지 않으면 커피 맛이 좋아서,
적당하면 커피 맛이 적당해서 ..
다 좋다.

벚꽃잎 흩날리다

벚꽃잎 흩날리다

연분홍 설레임 흩날리는 어느 날,
벚꽃잎 하나
내 가슴에 내려앉아,
벗삼아 같이 거닐다.

<2017-04-3, Sunhee>

비처럼 음악처럼

비처럼 음악처럼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후두둑
비가 창문에 부딪힌다.

어디에선가
구슬프고 영롱한
피아노 연주가
새어 나온다.

<2017-03-13, Sunhee>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보면서
하루종일 빗소리를 듣고 싶은 날이 있다.

어느날 문득

어느날 문득

너는
바람이고,
비이고,
눈이고,
낙엽이고,
꽃잎이고 …

<2017-03-06, Sunhee>

어느날 문득,
바람이, 비가, 눈이, 낙엽이, 꽃잎과 ..
마주하고, 이야기 나눈다.

벚꽃

벚꽃

봄날 나부끼는
나의 스카프와
벗한다,
벚꽃 ..

눈부신 연분홍 기억들이
시린 가슴으로 흩날리는
어느 봄날
너와 걷는다.

<2017-03-06, Sunhee>

벚꽃이 흩날리는
적당한 어느 날
하염없이 걷고 싶다.

After the Rain

After the Rain

3월의 봄비가 내린 다음 날
봄내음을 풍기며
미풍이 불어와

이른 아침,
내 가슴 속 깊이 파고든다.

<2017-03-02, Sunhee>

따듯한 물에 몸을 녹이면서 나의 하루와 이야기 나눈다.
좋은 음악, 자연의 소리, 아름다운 풍경 …
자연을 통해서 치유받고 마음을 정화한다.
에너지가 샘솟는다.

허허 바람

허허 바람

내 알몸을
휘갈기는
모진 바람을 맞고


나는 오늘도
허허벌판에
오롯이 서 있다.


<2017-02-23, Sunhee>


마음을 비우자.
비우고 비우고
또 비우고
현실을 직시하자.



 

발레리나

발레리나

엘레강스한 가벼움이
심금을 울린다.

흩날리는 벚꽃처럼
발레리나 날다.

<2017-02-20, Sunhee>

스트레칭을 하자.
책을 읽자.

세련된 가벼움,
솔직함과 진중성으로

남은 생은
사뿐거리는 날갯짓으로
자유롭게 날자,
발레리나처럼 ..



봄바람

봄바람

봄바람 스치자,
거칠고 메마른 나무에
생기가 돋는다.

<2017-02-14, Sunhee>

작은 계기, 작은 쉼표 하나가
살아가는 데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일상이 팍팍하다고 느껴질 때에는
스스로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

바람과 나무

바람과 나무

바람이 약을 올려도
흔들리지 않는다.

뿌리 깊은 나무

우직한 모습에
바람이 스치고 지나간다.

<2017-02-08, sunhee>

살아가면서
마음이 흔들릴 때가 많다.

누군가의 말 한 마디에
아파하고, 잠 못 이룰 때도 있다.

나 자신이 확고하고, 여유로우면
나는 언제나 나의 모습이다.

차 한 잔의 여유도 좋다.




몽돌 바다

몽돌 바다

무심코 찾아간
몽돌 바다
파도가 살갑게 찰싹거린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결 위로
몽돌 하나를 던진다.

몽돌 하나를 던진다.
몽돌 하나를 던진다.

몽돌 맞은 바다는
여전히 살갑게
찰싹거린다.

<Sunhee, 2017-01-31>

무심코 찾은 바닷가
하얀 파도 쪼개며 나에게 밀려오는
바다에 대고
돌멩이를 던진다.
햇빛 받아 반짝이는 바다는
여전히 찰싹찰싹 살갑게 다가온다.

그래, 돌멩이를 맞아도 살가운 ..
여전한 바다처럼 …


아픈 날의 대화

아픈 날의 대화

감기가 몹시 심한 날
나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
정신 없이 살던
내 마음의 심연을
빠져나와

투명한 통유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나와 마주한 세상살이에게
차갑고, 차분하고, 솔직하게
말을 걸어본다.

<Fri, Jan 20, 2017 Sunhee>

몸이 아픈 날
온신경이 오롯이 나에게 집중된다.
감정을 빼고 나를 들여다 보고 세상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

냉철하고, 차분해지는 나를 본다.
이런 자세를 지니고 싶다.

아픔이 주는 선물이다.


삶과 죽음

 삶과 죽음

“엄마, 나 죽어?”
“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나이가 들면 죽어.”

“난 죽고 싶지 않아. 안 죽는 방법은 없어?
나 해골바가지 돼? 나 너무 무서워.
그러면 엄마랑 헤어져? 난 엄마랑 헤어지기 싫어.
엄마, 나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말해 봐. 나 죽어?”
“사람은 누구나 다 죽어. 죽을 때 몸은 중요하지 않아. 하늘 나라에서 만나.”

아가야,
살면서 좋은 인연들과 함께 하는 삶이 되기를 바란다.

너와 내가
부모와 자식으로 생을 같이 한 사실은 영원하다.

<2017-01-12, sunhee>

일곱 살 아들이 죽음에 대해서 묻는다.
사람은 다 죽지만,
너와 내가 엄마와 아들로 함께 한 인연은 영원해.

**
삶과 죽음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사랑했습니다.
삶은 죽음에게 수없이 많은 선물을 보내고
죽음은 그 모두를 영원히 간직합니다. **


세상이 나에게 주는 선물

세상이 나에게 주는 선물 

하루 종일
머물고 싶은
공간이 있다.

멍하니 넋놓고
바라보고 싶은
풍경이 있다.

우연히 마주친
별빛, 달빛, 햇빛, 노을 ..

나를 감싸고 안아주는
나만의 빛이 있다.

<2017-01-05, sunhee>

혼자 멍하니 조용하게 있고 싶을 때가 있다.
살다가 마주하게 되는 풍경이나 빛들에 빠져들 때가 있다.
나만의 시간 느낌 공간들은 세상이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주저말고 그 안에 빠져들어도 좋다.
나에게 보내는 응원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나는 서 있다.
강물은 흘러간다.
내가 발 담그고 서 있는 물은
늘 새로운 물이다.
내 추억에 서명 하나 남기고,
물 위로 띄워본다.

<2017-01-02, sunhee>

나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시간은 흐르고 나이가 든다.
나의 추억에 서명을 하면서,
내 마음은 늘 유연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