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발레리나

바람과 함께 발레리나

혼자 허공을 바라보다가
도끼 같은 고통을 참기 위해
가슴을 쥐고 웅크렸다

너를 품은 생각들을
한참 동안 풀어헤쳐 놓다가
고이 목에 두르고
바람과 함께 발레리나

인생
참,
가볍다

<2019-12-06, SUNHEE>

황혼 나비


황혼 나비

 

입술을 파르르 떨다가

몸서리를 치다가

황혼의 가을 나비들이

힘겨운 날개짓을 한다

 

한 번 더 비상하다가

황홀하고 우아한 날개짓으로

서서히 내려놓는다

 

 

<2019-11-18, SUNHEE>

가을앓이

가을앓이

 

강의 저편에

덩그러니 혼자 남았다

 

차가운 공기, 밤의 어둠

가을의 짙은 냄새가

그대로 스민다.

 

, 지독하다.

<2024-05-30, SUNHEE>

가을 메이크업

가을 메이크업
 
가는 낙엽 하나하나

화려한 화장을 하고
그윽하고 깊은 향수를 뿌리고 
내 앞에 펼쳐진 너를 본다.


너는 아프고 눈부시다.


차가운 바람
시린 가슴으로 얼룩진
새까만 마스카라가
형형색색으로 뒤얽힌
너의 진한 품에 안겨
켜켜이 지내온 시간들을 걸어본다.


<2019-11-06, SUNHEE>

여름의 끄트머리에서

 

<여름의 끄트머리에서>

 

숨막히는 뜨거운 날들

상처가 곪아서 터지던 그 날

소낙비가 하염없이 내렸다.

 

축축하게 늘어진 땅을 걷다가

잘 씻겨진 빨래처럼

파란 하늘에 나를 맡긴다.

 

이글이글 타올랐던

한낮의 아지랑이 꽃피우던

거리에서 숨가쁜 걸음들에게

바람의 쉼표를,

이젠 안녕


<2019-08-14, SUNHEE>

나무와 별과 울림

나무와 별과 울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별바라기로 밤을 지새고,
또 지새웠다.

 
거센 파도처럼 밀려오는
바람이 있는 힘을 다해
몰아세우면
내맡겼다. 알았다고.
알았으니 알아서 하라고.
나를 가지라고.


뜨겁게 타오르는 목마름을
문득 찾아온 소나기와 함께
오열과 눈물로 퍼붓고 나면,
나도 모를 텅 빈 공간이 새어나와
한 숨을 돌렸다.


그 어느 순간에도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서
두 손으로 나는 너를
꼭 부여잡고 있었다.


캄캄한 밤에 맞은
시린 공기를 어르며 
뿌리 깊이 지켜 온
간절한 울림이
바이올린을 켜며
천상의 선율로
울리고 있다.


<2019-08-14, SUNHEE>

사계

사계

 

닥치는 대로 

여름

가을

겨울

 

나도 모르게

, 여름, 가을, 겨울 …  

 

하염없이 

여름

가을

겨울 


<2019-05-27, SUNHEE>

여자 사랑

여자 사랑

여자는 나이테가 늘어갈수록
내어주는 사랑에 적응해 간다.
덩그러니 버티고 있는 밑둥
그마저도 내어주고
힘겨운 무게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
내어주는 사랑이
바로
여자다


<2019-05-14, SUNHEE>

봄꽃(야생화)


봄꽃(야생화)

엷은 꽃잎을 수줍게 드러내고
길가에 앉았지만
아무도 돌봐주는 이 없어
그만 돌아앉아버렸다.

지나가던 행인이
나에게 무심한 듯 말을 걸어왔고
한참 동안을 들여다 보더니

봄처럼 설레임을
,,
던져 주었다.

<2019-04-20, sunhee>

벚꽃나무


벚꽃나무
 

 
시리고 맑은 파아란 하늘 안에서
흔들리는 벚꽃나무가 눈부시다.
오롯하게 서서 바람이 불면
엷은 분홍 가녀린 심장이
파닥파닥 반짝거린다.

 
햇살 가득한 바람부는 날
봄이 한껏 흩날린다.
내 봄 날 내 벗 벚꽃  

<2019-04-15, SUNHEE>
 

 
 
 

 

바람이 불 때, 바라보다


바람이 불 때, 바라보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나무 머리가 바람에 휘둘려 나갈 것 같다.

 

옥탑방 문을 열고

맨발로 서서

도로를 오고가는 자동차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바람이 잠잠해질 때까지

 

<2010-01-28, SUN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