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천사

수호천사

 

오래전 느티나무 그늘이

시나브로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다.

 

석양처럼 흐드러진 그늘의

서늘한 친절

서늘한 빛깔

서늘한 향기

 

때때로 마주한다.

은은하게 비추는 달빛으로

밤에 마주하는 별빛으로

만질 수 없는 한 줄기 바람으로

주룩주룩 하염없는 비로

 

삶의 빛깔 그리고

향기 그윽한

나의 수호천사

 

<2024-05-30, sunhee>


여우 시집 가는 날

 여우 시집 가는 날

 

여우 시집 가는 날

온 하늘에

거친 노을처럼 풀어 놓은

거묵거묵한 양떼들을

바람은

이리저리 몰고 있다.

 

장대비가 화살처럼

쉼없이 꽂히면서

희붐한 안개처럼

시야가 흐려졌다.

 

포효하는 하늘은

천지를 흔들다가

이내

침묵, 고요하다.

 

<2020-10-19, sunhee>

surfing

 

 

Surfing

부재 : 파도타기


Only one 태양

Only one 바람

Only one 파도와 나

Only one 찰나의 즐거움

Life is riding my waves


<2024-05-29, sunhee> 


바람과 나무

 

바람이 불어오면

 

바람이 불어오면

나무들이 울어재낀다.

허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굽은 등이 더 자꾸만

수그려진다.

 

바람이 불어오면

나무들이 울어재낀다.

머리채를 내맡긴 채,

꺼이꺼이꺼어이

울어재낀다.

 

<2024-5-27, Sunhee>

별바라기

 별바라기

 

새벽 430

주섬주섬 챙기고

덕지덕지 바르고

 

대문을 열자마자

계주 선수가 돼 바통대신

가방을 들고

30번 마을 버스를 향해

숨가쁘게 내달음질 쳤다.

 

마을 버스의 문이 닫히자마자

사명을 다한 계주 선수는

심장 맨바닥에서부터 맨 꼭대기까지

헉헉대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마을버스 창 밖으로

반짝거리는 별을

올려다보았다.

 

차고, 컴컴한 새벽 속으로

질주하는 하루하루

 

내 젊은 날의 초상

열심히 사는

아름다움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었다.

 

<2024-5-23, Sun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