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향기

연꽃 향기

갈 곳 잃은 바람이 거칠게 나를 몰아세우고
정신없이 흔들어 댄다
나의 영혼은 그 사이를 빠져나와
까만 눈웅덩이에서 새어 나오는 강줄기를 타고 유유히 흘러간다
잠을 뒤척이다가
나의 여행길에서 만난 샛별아,
너를 보니, 그냥 참 아린다
흙 속에 파묻혀 혼자 피어난
여리여리한 들꽃 그 그윽한 향기에
시름이 눈 녹듯 녹아내린다
하나하나 눈에 담고 가슴 속에 담고
어느 외딴 집 처마 밑에 다다르니
허공에서 온몸으로 불을 밝히는 등불이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다
촛농을 떨구는 초의 간절함으로 두 손을 모으고
헤매는 나의 영혼과 조우한다
새벽 하늘을 밝히는 샛별이
경종 소리와 함께 심금을 울린다
움켜 쥐었던 손가락들을 펴고 두 팔을 벌려본다
손가락 사이로 바람이 날아간다
다시금 모진 바람 불어오면
크게 한 숨 들어마시고,
가슴 속 진한 향기로 작별하여 배웅하리라

<2018-05-30, SUNHEE>

차라리, 다행이다

차라리, 다행이다

미운 너, 니가 미울 때도 있어서
차라리, 다행이다.

니가 입지 않다면 마음이 짠해서 살 수가 없다.
니가 미울 때도 있어서 다행이다.
차라리, 살 수 있다. 같이.

내 사랑이 내 눈물에 번지지 않아서
차라리, 다행이다.

<2018-04-23, SUNHEE>

벚꽃 그늘

벚꽃 그늘

벚꽃 그늘이 되어줄게
너에게 난
벚꽃 그늘이 되어줄게

화사한 꽃잎 사이고
파란 하늘이 문득문득 열리는
벚꽃 그늘이 되어줄게

<2018-04-02, SUNHEE>

벚꽃 아래

벚꽃 아래

벚꽃 아래 거닐며
나홀로 만개한 꽃을 보며 

그리 서두를 것 없다
같이 가도 된다고
말해본다.

<2018-04-02, SUN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