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맥주

여름밤 맥주

 

사건의 마그마들이

부글부글

터질 듯 말 듯

넘칠 듯 말 듯 

끓어오르는 거품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혼자서 사그라든다.

 

혼맥은

여름 밤 말없이 문득 다가와

머릿결 어루만지며 스쳐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

 

나는 용서한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투명해진다. 

바람처럼 시원하다. 

끓어오르던 맥주 한 잔

 

<2023-5-31, Sunhee>


벚꽃 파도

 벚꽃 파도


바람이 불어오며는

벚꽃 무늬

작은 파도가

호로로롱

일어난다.

 

연분홍 벚꽃 파도

가슴에서도  

일어난다.

 

<2022-4-13, Sunhee>

 

너는 나의 중력이다.

너를 만나기 전,

나는 존재감이 없었다.

흩날리는 낙엽이었다.

 

너를 만나고

나는 뿌리 깊은 나무가 되었다.

 

<2022-1-25, Sunhee>

비내린 후에

 비내린 후에

 

흑백 사진들의 알사탕을

머릿속으로 오물거리면서

끈적하고 달큰한 냄새에

빠져든다.

 

따듯한 차 한 잔에서

술술 나오는 하얀 용트름을

다정하게 바라본다.

 

<2022-1-25, Sunhee>

가을에게

 

가을에게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너의 짙은 빛깔을 바라보면서도

너의 그윽한 향기를 맡으면서도

한 줄의 시를 쓰지 못하였다.

 

다음에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빛깔과 같은 향기로

그대로 있어 주기를 바라면서

 

미안하다.

지금의 너와 

다음 그 다음의

가을마다 너는 

다 다른 가을인데

 

내가

미안하다.

 

<2021-11-18, Sunhee>

가을에 흩날리는 눈

가을에 흩날리는 눈 


절정에 이르러 형광빛을

형형색색으로 뿜어내는데

허공에서 길을 잃은 흰눈이

정신없이 돌아다닌다.

 

분명 가을인데, 무르익었는데

마음은 흩날린다.

겨울 눈처럼